가난보다 더 두려운 것은
동이 트기 직전이다. 지는 달과 아침 노을이 마치 아련한 이별과 희망의 서막을 잔잔히 알리는 듯, 온 누리로 햇살은 퍼져오고 있다.
어서 일어나 희망찬 하루를 시작하라는 외침같기도 하고, 너와 내가 어우러진 삶의 모습은 이러하다고, 광활한 하늘에 펄쳐보여 주는 것 같기도 하였다.
우리는 지금까지 곳간의 양식이 바닥이 나도록 무분별한 과소비와 과잉 지출로 나라 경제가 어려워 졌다. 그래서 한국 전쟁 후 최대 위기라고 하는 IMF 체제와 대량 실업사태를 겪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삶의 지표는 흔들리고 가정은 해체되고, 생활고, 기아 등 사회문제화가 되고 있다.
새벽 남대문 지하도를 지나다 신문지를 깔고 즐비하게 누워있는 노숙인들의 모습을 보았다. 한 집안의 가장이요 아버지인 그들이 직장을 잃고 경제적인 위기로 밖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작금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실업 구제책은 불투명하고, 거기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내년 경기를 최악으로 상정하고 초 긴축 경영에 들어 갈 예정이라고 하여 사회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우리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까. 알고 있는대로 최선의 방법은 경제를 회생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과 사고도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는 먼저 정치인, 지식인, 지도층과 기업인들의 의식이 개혁되어야 한다. 이기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고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불신감도 없에고, 정직한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를 조성하고 윤리도덕이 회복되어야 한다. 그래야 함께 살아가는 이웃의 정이 되살아 나게되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런 세상이라야 더불어 사는 복지사회, 선진사회라고 할 수 있겠다.
정부는 구체적인 경기 부양책과 실업구제 대안을 명백하게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졸라 맨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끝도 보이지 않는 고통을 겪게 하기보다는 그래도 미래에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면 견디는데 큰 의지가 되지 않겠는가.
어려운 때 일수록 갖은 것을 조금씩 나누며(마태25:35~40), 이해와 사랑으로 고통받는 이웃과 함께 할 때에, 공존할 수 있는 삶의 지혜는 터득되고 위기도 잘 극복할 수 있으리라.
우리는 봉사자로써의 사명감을 가지고 마음을 다하여 도와 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한다.
우리의 친절한 한 마디의 위로가 그들에겐 수호천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난보다 더 두려운 것은 정이 흐르지 않는 삭막한 세상이 아니겠는가.
1998. 10. 12.
생명의전화 회보(1998. 11*12) 권두언에 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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