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법인한국생명의전화 회보 글

어려움의 순간에

아우를 2009. 1. 23. 13:31

           어려움의 순간에


                                                    

 78년 6월 21일 수료식을 마치고, 그 해 7월 2일,

첫 상담을 시작으로 수없는 사연과 접하여 왔다.

 생의 환희보다 슬픔을,

 의욕 보다 좌절을,

 희망보다 절망을 더 많이 만난 삶의 현장이었던 것 같다.

 고통스런 삶에 희망과 용기와 기쁨으로의 전환까지는 내 가슴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

 더 이상 도울 능력이 없어 상담의 한계를 느낀 적도 있었다.

 그러나 때때로 절망중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창조적인 삶을 만들어 가겠다는 강한 의욕을 펼쳐 보이는 내담자의 힘찬 음성을 들었을 땐 봉사의 보람을 느끼기도 하였다.

 이토록 작은 봉사로 고통이 있는 이웃에게 희망과 기쁨이 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봉사하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사랑의 실천이 내 의지로만 하였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건 보이지 않는 어떤 강한 힘에 이끌리어 슬픈 고뇌와 절망의 역경을 딛고 일어서도록 여러 번 하여, 오늘 2000시간의 봉사를 할 수 있었음에 남다른 감회와 보람을 느낀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 할 뿐이다. 어려운 여건으로 중도에 멈추고 싶은 순간마다 가슴에 용기 주던 어느 영상시<모래위의 발자국>이 있어 적어본다.


 어느 날 밤에 나는 한 꿈을 꾸었다.

 주님 함께 해변을 거니는,

 내 일생이 하늘을 가로질러 영상인 듯 흐르고,

 그 영상의 모래밭에 남겨진 두 쌍의 발자국,

 내 발자국 주님 발자국,

 그러나 내 일생의 마지막 영상마져

 끝나고

 뒤 돌아 본 모래 밭 위엔

 한 쌍의 발자국만이 머물렀던 많은 순간들,

 내 일생의 가장 비참하고 슬픈 순간마다....

 그래서

 나는 주께 물었다.

“내 당신을 따를 결심을 했을 때,

 나 함께 있겠노라 약속하시곤,

 내 가장 어려운 그 순간에,

 어찌 나를 떠나계셨는지 이해 할 수 없음을.”

 그러자

 주께서 답하셨다.

 “사랑하는 이여, 너 어려울 때

 나, 너 떠남이 아니라,

 내 너를 등에 업고 가느라

내 발자국만 남은 것이거늘.”

 

 

           1988년 7월 30일 (생명의전화 9월 회보)봉사 10년,

                                                     

                       2000시간상담봉사 표창에 부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