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기에 따라서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해에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다.
업종과는 무관한 일에 홀린 듯 보이지 않는 강한 손에 등 떠밀려 배웠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22년 동안 우리 가족의 생명을 지켜주고 삼남매를 키우고 교육시켜 준 애환이 서린 업종에서 급회전 전업을 하였다. 애착을 가지고 해온 일이었기에 가슴이 몹시 아프고 저리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하고 의욕과 용기가 시작을 도왔다.
오징어가 민들레 꽃, 장미꽃으로 오려지고 다듬고 매만져서 꽃밭을 만들고 나비도 앉게하고 참깨, 들깨는 강정이 되고 일을 하면서 재미가 절로 난다. 내게도 이런 달란트가 주어졌다니. 뒤 늦은 발견이다.
결혼식 후 희망찬 첫날에 신부는 신랑 집안의 새로운 성원이 되었음을 알리는 구고례, 즉 폐백 때에 상위에 올라가는 음식을 만든다. 작품 하나 하나에 혼신의 힘을 쏟아 만들어 놓았을 때의 성취감은 예술의 대가라도 된듯한 기쁨을 맛본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이 있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거기에 사람의 정이 흐르고 사랑까지 담는 일을 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그러한 일도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행복을 가슴에 머물게도 가슴 밖에서 서성이게도 하는 것이 아닐런지요.
2000년 3월
생명의전화 회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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