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들녘

꽃들이 춤추는 봄날에

아우를 2019. 5. 1. 20:02

                                                          

                                                                          꽃들이 춤추는 봄날에 

                                                                                                       이 종 옥
 
 부활주일인 어제 한 낮에 북악스카이웨이를 한 바퀴 돌았다.
맑은 공기를 머금은 산야 곳곳에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함박웃음을 띠고 하늘을 향해 가슴을 활짝 펴고 있다.

내려 앉은 햇살에 자작나무도 기지개 켜며 살포시 속살을 내밀고 있다.

추웠던 땅 속에 물 삼켜 두었다가 따스한 햇살이 잠 깨우니 눈 비비며 싹을 틔우는가 보다.
봄이 왔구나! 봄은 땅 속에서 오는가. 자갈밭에 웅크렸던 민들레도 비집고 나와 꽃을 피운다.

지난 주말에 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꽃이 만발하지 않았다.

갖가지 나무들이 흐드러지게 춤을 추고 있다.

사방에서 피어나는 나무들의 잎사귀에 내려 앉은 이슬방울까지도 햇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산야는 하루가 다르게 형형색색으로 치장을 하고 손짓하면서 누군가를 부른다.

피어난 꽃들의 향연에 초대 받은 것 같은 황홀경에 빠졌다.

꽃들은 내 세상, 내 인생의 계절이 왔다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여기저기서 뽐내고 있다.

 거기 하얀 싸리 꽃, 네 자태는 참으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구나!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의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 졌다.

햇살이 나를 찾아와 너도 봄꽃을 피우라고 등을 두드리며 재촉을 한다.

땅 속에 웅크리고 있지만 말고 새 싹을 틔우라고 바람도 나를 흔든다.

활짝 핀 내 인생의 봄은 언제였을까.

 내 삶에도 화사한 벚꽃처럼 황금의 시기가 있었겠는데, 나는 그 시기에 무엇을 했을까.

아마도 내 추억의 봄은 소리 없이 왔다가 느끼기도 전에 순간 지나갔던 것 같다.

지나고 보면 그때는 행복이었던 것을 느끼지도 못했던 것처럼, 아쉽게도 소중한 나의 봄도 알지 못했다.

산야에 활짝 핀 꽃들을 보니 나도 내 인생의 봄을 찾아 가꾸고 싶다.

 망설이는 나를 햇살은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당당히 제2의 인생, 100세 시대의 삶을 준비하라고 한다.
찬란한 미래의 향연까지는 기대할 수 없지만,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한다고 몰입할 수 있어서 행복했던 그 때처럼,

글 쓰는 일에서 나의 봄을 만들어 보겠다고 마음을 다져 본다.
그러나 가장 하고 싶었던 글 쓰는 일을 시작하고 보니,

생각보다 머릿 속에서 내용이 맴돌기만 하고 나오지 않아 포기를 할까도 하였다.

그러면서도 짧은 글이라도 쓸 때는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시작을 하게된다.

내가 갈망하던 그 길이 모험의 길일지도 모른다.

소득도 없는 일에 왜 매달리고 있는가!

자문도 하지만, 내 인생의 봄을 만드는 일이 거기에 있기에 시작은 하였으나 두렵다.

돌 맞은 아기가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처럼 천천히 걸어가겠다.

내 인생의 의미있는 그날을 위하여.

피어난 꽃들이 용기로 다가오고, 지나던 바람도 다가와 도와 주겠다고 속삭인다.
글 쓰는 일이 어디 그리 쉽겠느냐! 고
봄 꽃을 피우기까지 얼마나 많은 추위를 견디었는지 그 고통을 생각해 보아라.

시련과 역경을 통하지 않고 네가 원하는 인생의 성취를 맛 볼 수가 있겠느냐, 고 반문한다.
남의 글을 읽을 때와는 다르다. 내 글을 쓰려고 하니 생각과 어휘의 한계에 부딪친다.
꽃들에 담겨진 미소는

 네게도 새로운 내일이 있으니 두려워 말라는 위로의 말로 들리면서 나로하여금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이다.

북악스카이웨이를 지나오면서 부활의 봄을 만났다.

따스한 봄빛이 부르는 소리에 뛰쳐나와,

 춤추는 꽃들의 향연에 살며시 끼어들어 덩더꿍 함께 춤을 추어보고 싶다.

2019년 4월 22일 - 수필문학 5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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