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문화센터/소설창작반/강의요점/11
수사修辭 (1)
강사 이 만 재
* 아리스토텔레스 : ‘수사학이란 어떠한 경우를 막론하고 설득을 위한 모든 수단을 고찰하는 기능이다.’…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그 중요성을 인식.
* 수사란, ‘언사言辭의 수식修飾’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 말과 글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곧 수사법이다.
- 일찍이 서양에서는 ‘어言’에 치우친 나머지 변설술辨說術의 하나로 간주되어 궤변으로까지 발전하기에 이르렀고, 동양, 특히 중국에서는 ‘사辭’에 기울러져 시문의 작법을 위해 연구되고 발달되어 왔다.
* 표현한 것이 전달되기 위해서는 그 표현이 정확해야 하고 적절해야 하며, 또한 참신해야 한다.- 역설적 문장론…‘기교技巧가 없는 곳에 가장 훌륭한 기교가 있다.’- ‘기교’를 ‘기술技術’로 바꾸어 생각하면 선의善意의 표현기술이 된다.
* .문장 표현에 있어서의 수사법은 어디까지나 논리적 요건이나 문법적 요건 같은 기초적 요건이 상위를 차지하는 가운데, 이를 더욱 정확하게 하고 강조하고 아름답게 꾸며서 참신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동원되는 기능이다.
- 수사법은 미사여구를 가지고 겉만 수식하는 화장법이 아니라, 일반적인 표현을 토대로 하여 이를 더욱 정확하게 강조하고 변화 있는 표현으로 참신하게 전달되도록 여러 가지 수단을 강구하는 기능이다.
* 수사법은 크게 비유법, 강조법, 변화법의 세 가지로 나눠지고, 그 안에 약 60여 종의 방법이 있지만 여기선 일반적 용례만 살펴보기로 한다.
- 하나의 표현 어구 속에는 몇 가지의 수사법이 다양하게 함께 쓰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① 비유법譬喩法
- 비유법이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다른 대상에 비겨서(잇대어) 표현하는 방법이다. 여기에는 직유, 은유, 의유(의인,의성,의태), 풍유, 대유(제유, 환유), 중의, 상징 등 여러 방법이 있다.
- 비유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원元관념이라고 하고, 원관념에 비유되는 것을 보조補助보조관념이라고 한다.
- 비유에 있어서는, 언제나 표현 대상과 이에 비겨보는 대상 사이에 유사성, 즉 아날로지(analogy)의 발견이 필요하다. 인간은 새로운 인식의 대상에 부딪쳤을 때, 그 새로운 대상을 무조건 맹목적으로 수용하고 수긍하고 인식한 것이 아니라, 그 새로운 인식의 대상과 가까운 아날로지를 자기의 경험적 세계 속에서 끌어내어 거기에다 비겨봄으로써 새로운 인식을 확인하고 비로소 안심하고 마음속에 간직했던 것이다. - 비유는 인식認識의 방법이다.
- 비유법에 있어서의 개성적인 아날로지의 발견이 가장 생명적인 요소이다.
- 이미 굳어버렸거나 죽어버린 비유 표현으로써는 참신한 전달이 불가능하다.
- 자기만이 포착할 수 있는 대상과 대상 사이의 아날로지를 제시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직유법直喩法
-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A)에 다른 대상(B)을 끌어다 직접 연결하여 견주는 방법으로 A≑B의 관계를 설립시키는 것이다. 이때 A가 원관념이고, B가 보조관념이다.
* B 같은(처럼, 같이, 인양, 듯, 인듯) A라는 표현이 된다.
- 비유법에서 기본적이며 대표적인 방법으로서, 일상생활의 언어 표현 속에도 가장 많이 사용된다.
-현대의 문장 표현에서는 물론 우리나라 고전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예문)
큰 실오리같은 줄이 붉기 더욱 기이하여 기운이 진홍같은 것이 차차 나, 손바닥넓이같은 것이 그믐밤에 보는 숯불빛같더라. 차차 나오더니 그 우흐로 적은 회오리밤같은 것이 붉기 호박구슬같고, 맑고 통랑하기는 호박도곤 더 곱더라
『意幽堂 金氏, 東溟日記』
-시가나 산문에서나 표현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직유를 많이 사용했을 볼 수 있다.
-현대의 시와 산문에서도 직유는 가장 흔히 사용되는 수사의 하나다. 그러나 그 의도하는 바에 있어서 조금 색다른 경향이 눈에 띈다.
새악시 볼에 떠도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金永郞「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조수潮水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은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계서 부르시면……
-辛夕汀「임께서 부르시면」
-위의 시들에서 나타나는 직유는 단순히 사물과 사물의 동질성을 설명하고 해명하기 위해서 사용된 것은 아니다.
-아직 한 번도 결합되지 않았던 A와 B의 두 관념은 시인이 t해로이 발견해 낸 아날로지에 의하여 비로소 결합되어, 이제 새로운 의미, 새로운 이미지, 새로운 뉘앙스로서 부각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커다란 표현의 참신성이 획득된다.
길은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이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왼통 모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위의 예문에서는 과장법까지 동반한 직유를 사용, 「시각→청각→시각→촉각→시각→후각」으로 감각을 자유로이 옮기면서 달밤의 산길의 이미지와 정취를 살리고 있다.
육신肉身이 흐느적흐는적 하도록 피로疲勞 했을 때만 정신精神이 은화銀貨처럼 맑소.
-李箱「날개」
날이 어두웠다. 해저海底와 같은 밤이 오는 것이다.
-李箱「권태倦怠」
-A≒B의 관계에서 A와 B의 아날로지의 발견이 중요하고, 그 아날로지는 가까운 거리에서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유사성을.
-원관념 A에 견줄 수 있는 보조관념 B는 먼 거리에서 끌어올수록 참신성이 살아난다.
- 동떨어져 있던 두 관념 사이의 아날로지를 발견하고 이를 결합시킨 것은 바로 상상력想像力이다.
-참신한 비유가 성립하기 위해, 작가의 직관력과 상상력이 작용해야한다.
㉡ 은유법隱喩法
-직유가 ‘A≒B’의 관계라면 은유는 ‘A=B’, 즉 ‘A는 B이다’라는 관계를 갖는다. ‘~같이’, ‘~처럼’ 등의 말로서 동등하게 비유되는 것이 직유라면 은유는 그러한 말이 없이 그대로 A를 B로 대치해버리는 것이다.
-‘A≒B’나 ‘A는 B다’는 차이가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이며, 은유에 ‘~같이’, ‘~처럼’이란 말을 넣어서 직유로 바꾸어 놓을 수도 있으나, 세밀하게 두 비유의 성질을 살펴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A≒B’는 언제까지나 ‘≒’의 상태로 있지만, ‘A는 B다’에서는 A가 B로 바꿔지면서, 원래의 A도 B도 아니게 되는 결과를 나타난다.
※가령A를 △, B를 □로 가정한다면 직유인 ‘△≒□’는 결과에 있어서도 ‘△≒□’인 채 그대로 원형이 동등하게 유지되지만, ‘△은 □이다’라는 은유의 결과는 ‘△도 □도 아닌 ?’가 되는 것이다. 즉 은유로 말미암아 원래의 관념끼리 상호작용을 일으켜 지금까지의 관념과는 다른 새로운 관념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은유에 의한 변질작용이다.
-새로운 은유의 성립은 새로운 관념,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 언어는 점점 싱싱한 느낌을 잃어가는 중이다. 은유에 의한 언어의 재구성, 즉 언어의 생명력을 증대시키는 일이 요청된다. 현대시나 시적 표현에 접근해 오는 현대의 산문에서 갈수록 많은 은유적 표현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요청에 부응하는 필연적 현상이다.
-이미 굳어진 은유, ‘데드 메타포(dead metaphor)로서 발생 당시의 생명감을 상실한 채 다만 습관적으로 쓰이고 있는 은유도 많다.
예) ‘바늘의 귀’, ‘티눈, 침묵은 금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등등-----
-새로운 발견이란 새로운 말의 제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은유란 바로 지금까지 항상 사용해 오던 언어, 즉 기존 관념들 속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맺어진 일이 없는 새로운 관계를 찾아 서로를 결합시켜 주는 언어의 재구성으로서, 지금가지의 관념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신선한 생명감을 소생시키는 작업인 것이다.
-은유적 표현에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의 형식이 있다.
㉠‘A=B'의 형식으로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완전히 동일체로 표현되는 것.
㉡‘A의 B’의 형식으로 원관념이 보조관념을 수식하듯이 표현하는 것.
㉢‘?=B’의 형식으로 원관념은 숨어버리고 보조관념만 으로 표현되는 것
예문) 그 용례를 실제 작품 속에서 찾아보기로 한다.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거운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한용운「알 수 없어요」
-설의법을 사용한 작품이다. 은유로서 신선한 이미지를 창조하고 있다.
구름은
보랏빛 색지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
목장도 깃발도 능금나무도
부울면 꺼질 듯이 외로운 들길
-김광균「뎃상2」
-‘구름’을 ‘장미’로 은유하여 선명한 이미지를 창조하고 있으며, ‘부울면 꺼질 듯이’라는 보조관념으로 목장과 깃발과 능금나무가 있는 들길을 변질시키고 있어 역시 새로운 이미지를 안겨주고 있다.
하늘의 병풍屛風 뒤에
벋은 가지 가지 끝에서
포롱
포롱
포롱
튀는
천상의 악품樂品들
보리밭에 서렸던
아지랭이의 영신靈身들이 지금은
하늘에서 얼굴만 내어 밀고
군종群鍾이 울리는 음악音樂의 잔치가 되어
고운 갈매의 하늘
포롱
포롱
포롱
날고 있다.
-李南秀「종달새」
-날아오르는 종달새의 울음소리와 모양까지도 그림을 그리듯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로 제시하고 있으며, 다른 표현들도 모두 은유로 되어 있다. ‘하늘의 병풍/벋은 가지 가지 끝에서/튀는 악기들’들이라든가, ‘군종이 울리는 음악의 잔치’ 같은 은유가 얼마나 이 시의 아름다움과 참신성을 살리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늙은 비애悲哀다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시인 릴케가 만나
슬라브 여자의 마음 속에 갈앚은
놋쇠 항아리다.
손바닥에 못을 박아 죽일 수도 없고
죽지도 않는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또
대낮에도 옷을 벗는 어리디 어린
순결이다.
-김춘수「나의 하나님」
-은유의 방법은 단순하다면 단순하다고 할 수 있지만 시인의 강렬한 의식이 은유 표현을 이끌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러한 표현에서 비유는 수식을 위한 기교가 아니라 정신이나 사상 내지 의식 그 자체를 더욱 강렬하게 밑받침해 주고 밀어주는 힘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대의 산문에서도 은유적 표현은 갈수록 증가되고 있다. 산문이 시적 표현에 접근 할수록, 또한 현대소설이 의식의 내면을 깊숙이 파고들어 그것을 형상하기 위한 시적 표현을 필요로 하면 할수록, 현대 산문에서의 은유적 표현은 점점 불가결한 방법이 아닐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
영희가 계속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조급해 있었다. 그 쇠붙이 두드리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안들으려고 억지로 조잘대고 있는 셈이었다.
꽝 당 꽝 당
그러나 그 쇠붙이 소리는 같은 삼십 초 가량의 간격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뾰죽 뾰족한 삼십 초다. 영희 목소리의 밑층 넓은 터전으로 잠겨 그 소리는 더욱 윤기를 내고 있었다.
-이호철「무너지는 소리」
-‘뾰족 뾰족한 삼십 초다.’에서 이미지로 나타나는 것은, 쇠붙이 두드리는 소리가 초조하고 조급해 하는 마음에 부딪혀 극도로 신경이 자극되는 영희의 심리이다. 그 다음에는 영희의 목소리와 쇠붙이 소리는, ‘밑층 넓은 터전’과 ‘윤기’라는 말과 관계를 맺어 지금까지의 청각관념이 시각적 이미지로 바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질작용에 의하여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의 벽을 헐어버리고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주는 일이 은유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하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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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유법擬喩法
㉣ 풍유법諷喩法
㉤ 대유법代喩法
㉥ 중의법重義法
② 강조법强調法
㉠ 과장법誇張法
㉡ 영탄법咏歎法
㉢ 반복법反復法
㉣ 점층법漸層法
㉤ 대조법對照法
㉥ 미화법美化法
㉦ 열거법列擧法
㉧ 억양법抑揚法
㉨ 연쇄법連鎖法
③ 변화법變化法
㉠ 도치법倒置法
㉡ 설의법設疑法
㉢ 인용법引用法
㉣ 반의법反語法
㉤ 문답법問答法
㉥ 생략법省略法
㉦ 현재법現在法
㉧ 頓呼法돈호법
㉨ 命令法명령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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