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문화센터/ 소설창작반(강의요점)/4
작문作文의 절차節次(1)
강사 이 만 재
*절차
1)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언어에 대해 특히 많은 어휘語彙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모국어母國語에 익숙한 사람도 글을 쓸 때, 사전辭典을 가까이 비치해 둔다.
2)직선적直線的인 사고思考를 버릇 들이는 것도 좋은 글을 쓰는 요소要素다.
-잡념이 많으면 글을 쓰기 어렵게 된다. 생각을 한 줄기로 모으는 일, 아무리 작은 사건의 전말顚末이라도 그것을 논리적論理的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직선적 사고란 별로 어려운 조건이 아니다.
3)넓은 사회적 경험도 좋은 글을 쓰는 바탕이 된다.
-견문見聞이 넓어야 많은 어휘가 비로소 생명을 얻고 운용運用될 터전을 얻는 것이다.
-독서를 통해 얻어지는 경험과 이 사회적 경험과의 차이점이 무엇인가를 판단한다는 것은 중요한 능력 중의 하나일 것이다.
4)문제는 어떻게 글을 써 나가느냐 하는 절차에 있다. 착문의 절차에 일정한 규범은 없으나 대체로 다음과 같이 다섯 단계로 나누어 보는 것이 편리하다.
㉮ 주제主題의 설정設定.
㉯ 취재取材와 그 정리整理.
㉰ 구상構想.
㉱ 기술記述.
㉲ 퇴고推敲.
*주제의 설정設定
1)주제는 무엇인가?
-주제는 문장의 중심적 내용內容 혹은 자가가 말하고자 하는 참된 의도意圖를 뜻한다. 흔히 중심사상中心思想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2)하나의 의사소통이 성립되려면, ‘누가,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분위기조건에서, 어떤 효과로 일하였느냐’라는 몇 개의 요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중에서 ‘무엇을’이라고 하는 의사소통意思疏通의 대상이며, 바로 이것이 그 작문의 주제를 이루는 부분이다.
*주제의 선택選擇
1)주제가 결정되지 않으면 글이 되지 않는다.
-주제가 결정되지 않았다면 필자가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고 있다는 뜻이다.
-주제의 알맞은 선택이 좋은 글을 쓰는 단서端緖가 된다.
2)될 수 있는 대로, 작고 쉽고 재미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 작고-주제는 되도록 한정限定한다
㉡ 쉽고-필자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또 잘 알고 있는 것을 고른다.
㉢ 재미있는 것-독자에게도 관심과 흥미가 일 수 있는 것을 고른다.
※주제가 막연하거나 광범위하면--집필은 방향을 잡을 수 없어 어렵다.
*참주제主題의 완성完成
1) 주제를 결정했다고 가정하자.
-가령 ‘학문學問’을 주제로 하는 경우와 ‘생활수단인 직업으로서의 학문’ 혹은 ‘학문과 현실참여’를 주제로 하는 경우를 비교하여 보자.
-전자前者는 그냥 ‘주제主題’라고 한다면 후양자後兩者는 ‘주제의 주제’라고 할 만하다.
-글 속의 주제는 언제나 주제의 주제라고 할 것을 주제가 되도록 유의해야 한다.
-전자를 ‘잠정적暫定的 주제’ 혹은 ‘가주제假主題’라 한다면, 후자는 ‘한정限定된 주제’ 혹은 ‘참주제’라 하겠다.
2) 참주제는 늘 상대적인 입장에 놓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참주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주제를 보는 관점觀點, 태도態度 등을 자기 나름으로 한정하여 나가야 한다.
3) 주제선택의 기준을 응용하는 것은 어느 경우나 불가피할 것이다. 때로는 분량이 제한된 글을 써야 할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그 분량에 맞게 주제를 한정시켜야 할 것이다.
*주제문主題文
1) 참主題가 완성되면 거기에 맞는 주제문을 써보아야 한다. 주제는 단순히 명명命名된 사물事物임에 반反하여 주제문은 참주제를 반영해야 하므로 명명命名된 사물事物의 서술敍述된 하나의 명제命題인 것이다.
-가령 ‘현실現實과 인생관人生觀’이라는 참주제를 놓고,-- ‘현실現實이란 구면자具眠者에게 있어서는 항상 긍정적肯定的으로 존재存在한다’라는 주제문을 생각해 봄직하다.
2) 이렇게 주제문을 써보아야만 필자筆者는 자기의 주제를 명확히 자각하게 되어 붓이 부드럽게 움직여지는 것이다.--일단 결정된 주제문을 앞에 놓고 글을 쓸 때에는 그것을 중심으로 하여 끝까지 문장의 통일성統一性과 긴밀성緊密性과 강조성强調性을 잃지 말고 유지해 나가야 한다.
3) 문학작품에서는 주제문이 문학표면에 잘 나타나지 않고, 소설이면 그 소설이 지닌 고유固有의 속성에 의해 처리된다. 가령 소설에서는 주제문의 파악이 행동行動, 톤(tone), 분위기雰圍氣, 무드(mood), 상징象徵 등에 의해 가능해진다.
*취재取材
1)주제가 확립된 다음에는 그 주제를 살리기 위한 <얘기거리>가 있어야 한다.
-이것을 제재題材 또는 화제話題라고 부르는데, 흔히 자료資料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제재는 무엇보다도 주제를 정확하고도 효율적으로 쉽게 독자에게 전달傳達할 수 있어야 하므로, ※ ㉮ 풍부하고 다양한 것 ㉯ 확실한 것 ㉰ 주제를 뒷받침할 것 ㉱ 관심거리일 것 등 네 가지 요건要件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자면,
㉮ 주제가 풍부하고 다양하면 그만큼 문장이 다채多彩로와지고 윤색潤色이 짙어질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다양과 풍부로 해서 주제의 통일성統一性을 해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재 또는 자료수집의 원천으로는…체험體驗, 관찰觀察, 조사調査, 독서讀書, 청취聽取, 사유思惟…등을 열거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깊고 다양한 경험과 사색思索이 바탕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 취재를 위하여 평소에 메모해 두는 습관을 지니는 것도 필요하다.
㉯ 확실한 취재를 위하여 출처가 명백한 제재,
사실事實과 추론推論이 분명하게 구별되는 제재,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해석된 제재.
주제에 어울리는 제재가 선택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 주제를 뒷받침할 취재를 하려면, 논설문論說文의 경우에는 논점論點을 보완補完하는 여러 가지 예증例證의 방법이 있겠는데…설명說明을 한다든가, 유추類推와 비교比較를 한다든가, 실례實例와 예화例話를 들던가, 통계統計숫자를 제시提示한다 등이 있을 수 있다.
㉱ 관심거리라 함은 필자나 독자에게 다 같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제재를 취한다는 말이다.
- 대체로 독창성獨創性, 신기성新奇性, 구체성具體性, 필요성必要性, 친근성親近性, 긴장성緊張性, 극적요소劇的要素, 해학성諧謔性, 기지機智 따위가 드러날 때에는 관심도가 높아진다.
*정리整理
1) 네 가지 요건을 갖춘 제재가 모였으면, 그 다음으로는 그것을 기술해 나갈 때 편하도록 정리해 놓아야 한다. 내용과 중요성의 정도에 따라 각각 다르게 구분해야 한다.
㉠ 내용이 동일同一한 사항事項, 동일한 논점論點에 관한 것이냐, 그렇지 않은 것이냐에 따라 구분區分해 두고,
㉡ 주요사항, 주요논점에 관한 것과 종속사항, 종속논점에 관한 것으로 분류해 두어야 한다.
2) 기행문紀行文이나 보고문報告文 혹은 조사기록調査記錄 등에서는 소재素材가 먼저 생기고 문장 전체의 구성이 대한 계획計劃은 나중에 생기기 마련이지만, 논설문 등에 있어서는 계획이 먼저 서고 그 계획을 따라 자료資料를 정리하는 수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그 계획자체가 자료의 정리상자整理箱子 내지는 분류자分類者가 되도록 감안하여 정리해야 할 것이다.
*구상構想
1) 구상은 문장文章에다 통일적인 맥락脈絡을 부여하는 일이다.
- 제재를 어떻게 배열配列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구조안構造案 곧 문장의 설계도設計圖를 가리킨다.
- 구상을 할 때에 주의해야 할 세 가지 기본원칙이 있다.
※ 하나는 중中, 둘은 요要, 셋은 관貫이다.
㉠ 中-중심中心이 없는 산만散漫한 글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말이고
㉡ 要-씨가 먹지 않는 지리支離한 글이 안 되게 한다는 것이고
㉢ 貫-처음 쓰고자 했던 바를 글 쓰는 중도에서 변경시키는 일이 없도록 일관一貫한다는 말이다.
2) 그 다음에 어떤 방식의 구상을 할 것이냐가 문제된다. 구상의 종류는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전개적 구상 ㉮시간적 질서에 따르는 구상.
㉯공간적 질서에 따르는 구상.
종합적 구상 ㉰단계적 구상. ㉠3단수상 ㉡4단구상 ㉢5단구상
㉱포괄적 구상. ㉠두괄구상 ㉡미괄구상 ㉢쌍괄구상
㉲열거식 구상.
㉳점층식 구상
*시간적時間的 질서秩序에 따르는 구상構想
1) 사건의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제재를 배열하고 그것으로써 문장文章의 구조構造로 삼는다.
-장기간의 직접체험이나 기억을 재생하는 데 매우 적합한 방법이다. 역사歷史, 행동行動의 기록記錄 체유기滯留記(體驗記, 會議)의 경과 등 소위 서사문에도 좋고,「…하는 방법」「…의 제작법」등의 설명문說明文에도 원용된다.
2) 이 구상법은 문장文章에 악센트가 없기 쉬워 이른바, 문장의 인상 내지는 호소력이 매우 희박해지기 마련인 결점이 있다.
-자칫 잘못하면 단위사건 하나하나가 사건전체의 맥락脈絡 속에서 파악되지 못한다는 결함을 지니고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공간적空間的 질서秩序에 따르는 구상構想
1) 지세地勢, 생물의 형태, 기계의 구조 등을 기술하거나 설명할 때 또는 기관이나 단체의 기구, 조직 등을 설명 기술하는 경우에 이 방법이 효과적이다.
-일반적으로 공간空間 속에 존재하는 것이거나 체계體系를 밝히는 데 쓰인다. 실제에 있어서는 먼저 전체의 윤곽을 밝히고 점차로 각 부분이 그 전체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를 밝혀나가야 한다.
2) 여행안내서라든가 기행문 따위를 보면, 위에 말한 두 가지 구상이 서로 보완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시간과 공간은 항상 상보관계相補關係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이들 전개적展開的 구상은 사물의 모습을 있는 대로 헤아려 가는 것이어서 흔히 ‘자연적 구상’이라고 부른다. 이에 반하여 종합적 구상은 쓰고자 하는 바를 인위적으로 논리를 세우는 것이므로 ‘논리적 수상’이라고 한다.
3) 필자의 주체적 의지에 의해서 문장의 구조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소재素材를 검토하여 그들 각각의 논리적 관계가 뚜렷하게 드러나도록 배열하는 것이 ‘종합적 구상’에서 가장 중요하다.
*단계적段階的 구상構想
가) 삼단구상三段構想
㉮ 서序→파破→급急
㉯ 도입導入→전개展開→정리整理
㉰ 서론序論→본론本論→결론結論
-옛날부터 널리 쓰인 방법이며 삼분三分된 명칭으로 불러왔다.
※ 이 방법은 주제에 의해서 문장 전체를 기밀하게 통제할 수 있다. 문장의 변화가 별로 없어서 비교적 단조롭다고 하겠으나, 주제를 재빨리 간결하게 전달하는 방법으로는 가장 손쉽고 기본적이다. 결론이 제시되는 짧은 리포트를 작성한다든가 말하기에 있어서도 원탁토의나 질의 등 간단한 언술에 퍽 효과적이다.
나) 사단구상四段構想
㉮ 원래 한시漢詩의 절구나 율시律詩의 작법에서 유래된 것으로 소위 기승전결起承轉結로 사분四分된다. 삼단구상의 본론本論을 전개展開와 발전發展으로 양분兩分하여 네 개의 부분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해도 된다.
㉯ 삼단구상처럼 中→要→貫에 충실하여 논리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추구하여 다채로운 효과를 노리는 구상법이다. 변화가 있으므로 흥미를 유발시키게 되며 전체의 통어統御를 지연地緣시키다가 긴축시키는 멋이 있다.
-「전轉」의 부분에서 그 멋이 생기는데 실체의 문장에서는 ‘그러나’, ‘그렇다고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등의 말로 시작된다.
-「결結」은 「기승起承」과 「전轉」사이의 이러한 반전反轉의 관계를 지양, 통일시키는 이른바 변증법적辨證法的[正→反→合] 완성을 시도한다. 이때 실패하면 그 문장은 혼돈에 빠지게 된다.
다) 오단구상五段構想
㉮ 일종의 유도법誘導法이라 할 만한 것으로 독자로 하여금 사고의 기틀을 잡아서 그 사고를 발전시켜 나아가다가 마침내는 소기의 행동에까지 이끌고 나아가는 방법이다.
-광고廣告, 보고報告, 설득說得, 설명說明, 논설論說 등의 문장에 쓰일 수 있겠으나 그렇게 자주 이용되는 구상법은 아니다.
㉯ 이것은 삼단구상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서론 : 제1단-화제의 주의를 모으는 단계.
제2단-흥미를 느낀 독자가 제시된 문제에 이끌리는 단계.
*본론 : 제3단-대두한 문제의 해결법을 제시하는 단계.
제4단-해결법을 구체화하고 그 유효성을 실증하는 단계.
*결론 : 제5단-독자의 결심을 촉구하여 행동으로 유도하는 단계.
라) 포괄식包括式 구상構想
㉮ 문장의 결론結論에 해당되는 부분이 문두文頭에 오느냐, 문미文尾에 오느냐, 사례事例를 들고 논증論證을 한 부분의 앞뒤에 다 오느냐에 따라 두괄頭括, 미괄尾括, 쌍괄雙括로 나누어진다.
㉯ 이 방법은 문장 전체보다는 어느 부분에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두괄구상, 미괄구상, 쌍괄구상.
마) 열거식列擧式 구상構想
㉮ 이 방법은 정통적, 단계적인 구상과는 달리 파격적인 구조를 가진 것으로 이론이 정연한 장문長文의 글에서는 쓰기 어렵다.
-의견意見을 간결하게 진술한다든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제를 특별히 몇 가지 밝힐 때 사용된다.
㉯ 문제와 문제 사이의 관련이 긴밀할 필요도 없고 논리적 연관성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 그런 의미에서 ‘카탈로그式 구상’이라고도 한다.
바) 점층식漸層式 구상構想
㉮ 중요성이 덜한 것부터 더한 것으로 점차 나아가는 방법인데 가장 강조되거나 중시되는 부분이 말미에 온다.
- 이것 역시 전체 문장을 오직 이 방법에 의해서 써 나가기 어렵다.
㉯ 대개 문학 작품에서 이 방법을 잘 쓰인다.
사) 아우트라인 작성作成
㉮ 구상을 머릿속에서 완성시키고 붓을 들어 일필휘지식一筆揮之式으로 써내려가는 경우도 없지 않으나 글이 중도에서 곁길로 들어서는 일관성一貫性을 잃을 염려가 있기 때문에 대개는 아니, 원칙적으로는 그 구상을 도식화圖式化하여 메모를 작성한다.
-이를 ‘구상메모의 작성’ 또는 ‘아우트라인 작성’이라 한다.
㉯ 이때에는 다음과 같이 문제단계, 논점論點의 대소大小, 상하上下, 등 주종관계主從關係에 따라서 부호 혹은 숫자를 첫머리에 붙인다. 물론 그 숫자나 부호는 필자의 개인별 취향을 따르는 것이다.
-예)
第1編 1. I.
第1章 가. A.
第1節 (1) 1.
第1項 (가) a.
第1目 ① (1)
第2目 ② (2)
㉰ 이상의 도식이 정하여지기 전까지 다음 절차를 밟아야 한다. 즉 주제와 그에 종속되는 논점을 찾고 그 논점의 세목을 정리한 뒤에 주제논점세목을 일기 쉽게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우트라인 작성의 순서이며 요령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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