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문화센터/강의요점/7
작문과 기술(2)
강사 이 만 재
* 논증
- 논증이란 불확실한 사실이나 원칙, 이론 등에 대하여 그 진실여부를 증명하고, 나아가 그 증명한 바를 독자에게 확인시켜 필자의 의도하는 바의 어떤 사고나 행동에까지 이르도록 설득하려는 목적을 가진 기술방식이다.
- 설명과 논증의 구별은 어떤 설득적 의도의 유무에서 비롯된다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글이 효과적인 논증이 되려면 적절한 설명의 방법은 물론 다양한 설득의 기술 역시 요구되게 마련이다.
ⓛ 논증의 원칙
- 논증의 성패는 곧 설득력에 달려있다.
- 효과적인 설득을 위해서 강제나 비약은 금기다.
- 논증의 성공을 위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은 아래와 같다.
㉠ 명료성明瞭性
- 논증문에서는 자신이나 타인을 기만하는 표현을 피하기 위해서 명료하고 힘이 있는 문장을 구사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 좋은 논증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연결어구들의 사용이 적절한지, 명백한 논거로서 뒷받침될 수 없는 인과관계가 설정되어 있지는 않은지, 주의해야 한다.
- 특히 초고의 경우는 동사의 형태나 추상 명사의 사용에 있어서 잘못이 저질러지기 쉽고 잘못된 문장구조가 많을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은 필자의 의도를 이해하기 어렵게 하고 논증의 허점을 드러내게 한다. 더구나 이러한 실수는 기계적인 것일 수도 있고 습관적인 것도 많으므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정확하고 명료한 글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 합리성合理性
- 설득을 위해서는 논증 자체가 합리적이어야 함은 물론 독자가 그 합리성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합리성은 명료한 논리적 사고로부터 오며, 그것을 느끼게 하는 것은 문체나 문장의 톤(tone)에 의해 가능하다.
- 독선적인 주장을 피하고 반대의견을 고려하며,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는 겸손한 문장은 독자들로 하여금 합리적임을 느끼게 한다.
- 설득적인 논증을 위해서 우리는 사실과 의견을 적절히 결합하는 동시에 독자들로 하여금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여유를 주면서, 단락의 앞뒤가 서로 연계성을 이룬 가운데 논리 전개가 단계적으로 기술되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 반대의견反對意見의 고려考慮
- 설득적인 논증이 되기 위해서 자신의 입장에 대한 가능한 모든 반대의견을 엄두에 두고 그에 대한 대책을 구상하는 것이 좋다. 실제 작문에서는 모든 반대의견을 논의하기는 어려우므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반론이나 자신의 견해에 직접적으로 반대되는 견해만을 문제 삼는다.
- 스스로 반대자의 입장이 되어 증거자료나 자신의 이론에 반대되는 논거를 수집하여 자신의 논지의 개념들을 평가해 보는 것도 좋다.
- 자신의 주장은 문장의 주절에서 언급하도록 하고 반대의견들은 그 문장의 종속절에서 넌지시 부드러운 어조로 언급하는 것도 대립적인 문제점들을 검토하면서 논지의 흐름을 자신의 의도대로 이끌어가는 현명한 방법이다.
-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논의를 전개시켜 나가야만 설득에 성공할 수 있다.
㉣ 체계적體系的 조직組織
- 논증을 위한 유효한 자료가 수집되면 그것들을 체계적으로 조직하여야 한다.
- 일반적으로 가장 좋은 자료를 가장 나중에 사용하는 것이 좋고, 논증이나 설득을 위해서는 점강적漸强的 표현이 좋기 때문이다.
- 반대론자들에게 가장 양보하는 논조로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그들을 몰아부쳐 종내에는 그들이 꼼짝하지 못할 자료나 논거를 제시함으로써 논증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것이다.
- 논증의 도입부분이나 서두는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 논리성論理性
- 설득적 논증을 위해서는 비논리적인 요소들을 배제해야 한다. 그러나 논리성만이 설득의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 시나 소설의 경우는(형식적인 측면에서는 논리적일 경우도 있지만) 비논리성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이미지를 통해 나타나는 느낌을 구체화함으로써 신뢰감을 줄 수 있다.
- 상식은 논리성의 바탕이다.
* 논증과 명제命題
- 명제는 어떠한 판단을 표현한 것이고 논증은 언제나 명제에 관하여 행해질 수 있다.
- 논증의 대상이 되는 명제에는 ‘사실事實의 명제’와 ‘정책政策의 명제’가 있다. 전자는 ‘존재 양상의 표명’이고 후자는 ‘당위의 강조’이다. 다시 말하면, 사실의 명제는 무엇이 진실(진리)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고, 정책의 명제는 어느 계열의 행동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 사실의 명제에 있어서는 가능한 한 가장 중요한 사실만을 입증해야 하고 정책의 명제에 있어서는 바람직한 행동을 하게끔 하는 사실을 제시해야 한다.
※ 논증을 위한 명제는 다음과 같은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 명제는 단일單一해야 한다.
㉡ 명제는 둘 혹은 그 이상의 주장, 판단을 가져서는 안 된다. 설혹 확장된 논증의 경우, 명제가 복수로 주어졌을지라도 그 명제 각자는 단일해야 하며, 또 개별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 명제는 또한 명료하고 공정公正하여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어야 한다.
* 논증과 추론推論
- 논거를 제시하여 명제를 증명하는 과정을 추론이라고 한다.
- 추론의 방법
㉠ 연역법演繹法 - 일반적인 원리나 원칙을 전제로 삼아 구체적이고 특수한 사실의 진실여부를 입증하는 논리전개방식이다. 이때 전제가 되는 일반적인 원칙은 논거가 되며 그 진실여부가 입증된 구체적 사실은 결론이 된다.
㉡ 귀납법歸納法 - 구체적이고 특수한 사실을 전제로 삼아 일반적인 원리나 원칙을 도출하는 논리전개방식이다. 곧 연역법의 논리전개방식이 역순逆順으로 이행되는 것이다. 이때는 전제가 되는 구체적 사실이 바로 논거가 되며, 여기서 도출된 일반적인 원리나 원칙이 결론이 된다.
- 귀납법은 일정한 표현향식을 갖추기 어렵고 논거의 자세한 제시와 풀이가 있어야 비로소 납득할 만한 결론에 이룰 수 있다.
- 연역법은 일정한 표현형식을 갖출 수 있으며, 그 대표적인 유형은 바로 삼단논법三段論法이다. 삼단논법은 대전제大前提를 먼저 제시하고 다시 소전제小前提를 제시한 후에 두 가지 전제를 근거로 하여 결론에 이르는 방법이다.
※ 삼단논법의 종류.
㉠ 정언적定言的 삼단논법 : [대전제] 모든 사람은 죽는다.
[소전제] 소크라테스는 사람이었다.
[결론] 때문에 소크라테스는 죽었다.
㉡ 가언적假言的 삼단논법 : 대전제, 소전제 또는 결론에 가정假定이 들어있다.
1) [대전제] 봄이 오면 제비가 날아온다.
[소전제] 제비는 날아왔다.
[결론] 그러므로 봄이 왔다.
--------------------------------------
2) [대전제] 교육열이 향상하면 문화가 발달한다.
[소전제] 민중이 자각하면 교육열이 향상한다.
[결론] 민중이 자각하면 문화가 발달한다.
㉢ 선언적選言的 삼단논법 : 선언판단은 대전제로 하고 선언판단에 들어있는 통언지通信肢 중에서 어느 것을 긍정 또는 부정하는 정언판단을 소전제로 하여 결론을 끌어내는 방식이다.
[대전제] 거제도는 동해에 있든가 남해에 있든가 둘 중에 하나다.
[소전제] 거제도는 동해에 있지 않다
[결론] 그러므로 거제도는 남해에 있다.
* 논증과 오류誤謬
- 오류의 근본적 원인은 귀납법이나 연역법의 그릇된 사용에서 비롯된다. 빠지기 쉬운 논리적 오류의 함정들은 대략 다음과 같다.
㉠ 특수한 사실을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경우--귀납적 비약飛躍.
- 본질적이고도 보편적인 사례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한두 개의 특수한 사례의 고찰을 통해 이를 성급하게 일반화하려는 것은 귀납적 추리가 빠지기 쉬운 가장 흔한 오류이다.
※ 이와 같은 오류들을 피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들에 유의해야 한다.
ⓐ 충분하고도 필요한 만큼의 상당수의 사례가 검토되어야 한다.
ⓑ 검토된 사례는 그 부류 가운데 가장 전형적인 것.
ⓒ 만약 부정인 사례가 있을 때는 반드시 해명될 것.
㉡ 지나치게 포괄적인 전제를 설정할 경우.
- 논증에 실패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지나치게 포괄적인 전제의 설정에 있다.
㉢ 그릇된 연상에 빠지는 경우.
- 대상이 일으키는 연상작용 때문에 판단에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 입증되지 않은 사실을 기정사실화시키는 경우.
- 입증이 필요로 하는 사항을 마치 입증되어 버린 것처럼 비약시키거나 기정사실화할 경우, 독자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 논증을 회피回避하는 경우.
- 논거가 빈약하거나 제기된 문제점에 대한 논증이 어려울 경우, 교묘한 방법으로 그러한 논점을 회피하려 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오류에 빠지게 된다.
㉥ 잘못된 인과관계因果關係를 설정하는 경우.
- 두 개의 문장을 결합하여 한 개의 간결한 문장으로 만들 경우, 그 인과관계가 불투명해지거나 잘못되기 쉽다.
㉦ 비약적飛躍的인 유추類推를 행하는 경우.
- 논증에 있어서 유추는 매우 유용하다. 유추와 그 대상이 되는 구체적인 사실이 서로 결부될 만한 논리적 근거, 즉 설득력 있는 유사성을 지니지 못할 경우, 논증에 있어서 오류는 실로 예정된 것이다.
- 이와 같은 오류를 피하기 위해 다음 사항들에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
ⓐ 결부된 두 사실 사이의 차이점이 고려될 것.
ⓑ 두 사실 사이에 설득력 있는 유사성이 존재할 것.
㉧ 애매모호한 표현을 쓰는 경우.
- 수식어구의 위치가 잘못되거나 대명사의 선행사가 불확실한 경우, 또 단어가 그 위치나 의미가 부주의하게 사용될 겨우, 애매모호성이 초래된다. 명료성은 논증의 생명이다.
- 논증에서 가장 빈번히 야기되는 실수 중의 하나가 한 개의 단어를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다.
- 의미가 명확치 않고 추상적인 용어들도 우리를 쉽게 모호성에 빠뜨린다.
㉨ 재질문再質問이 필요한 경우.
※ 예) 갑 : 북극은 왜 추울까?
을 : 그야 얼음이 있으니까지.
갑 : 북극에 왜 얼음이 있는 거지?
을 : 그야 추우니까 그런 거겠지.
- 위 대화의 경우 북극이 추운 이유는 끝내 논증되지 않은 채 끝없는 질문만이 되풀이 된다. 논리상의 오류인 것이다.
* 이상에서 설명한, 여러 가지 오류를 알고 있으면 우리는 우리의 글에서도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또 상대방의 글에서 그것을 지적해 내고 그것을 논박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시집·해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MBC문화센터/소설창작법/강의요점/11 이만재 (0) | 2009.11.10 |
---|---|
작문의 절차(1) (0) | 2009.09.26 |
이분법, 그 인간적 고뇌(이만재시인, 문학평론가) (0) | 2009.08.19 |
시원에 잠기고픈 이승의 그림자-이만재(시인, 문학평론가) (0) | 2009.05.19 |
나를 작가로 이끌어 준 작품 - 이만재 (0) | 2009.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