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조선일보 시 낭송의 밤

조선일보 시 낭송의 밤

아우를 2009. 5. 28. 22:40

      조선일보

 

    -시  낭 송 의  밤-

                

   책, 함께 읽자

 

 초청 : 춘우 전덕기(시인), 정곡 이양우(시인), 성병숙(성우 ·연극배우)

 주최 : 조선일보

 주관 : 한국낭송문예협회

 협찬 : 문화체육관광부

 일시 : 2009년 5월 28일 오후 4시

 장소 : 춘우문화관

 

                                                                                                        시 33편을 올렸습니다.

 

 

    <이슬이 내리지 않는 내 초원>

          

                                                   춘우 전 덕 기

 

 밤하늘 수 놓은 별과 같이

 총총이 엮어나간 내 초원

 이랑, 이랑에 아직은 이슬 내리지 않아

 숨결 차오르는

 황황한 대지입니다.

 

 가슴 퍼덕이는 영웅들의 고귀한 삶이

 잡다한 밀실에서

 소용돌이치는

 가슴 돌리면

 아득한 욕망의 계단입니다.

 

동화 속 인생을 가듯

 찬란한 젊음

 파란 하늘에 심은 종자는

 각파른 땅에 움틀 줄 모르고

 억새풀 이랑에 숨차 오르는

 한줄기 갈대 입니다.

 

 의식 없는 방황 속에

 집념한 허탈일까

 단련하던 의지마저

 호수 속에 달이 되니

 맴돌다 돌아가는 탕자입니다.

 

 

               

 

    <새 아침의 기도>

                                            춘우 전덕기

 

 하늘이 열리는 아침이 되소서

 하늘이 열리는 한 해가 되소서

 우리의 소원이 하늘에 닿고

 그 섭리가 우리 속에 깃들어

 우리로 하여금 찬조의 동력자로

 하늘의 뜻을 빚어내게 하소서

 

 아침 돋는 해와 같이

 이 땅에 춥고 어두움이 사라지는

 점점 원만한 한 낮의 태양같이

 우리들 마음 속에

 원만하고 강렬한 사랑이 솟구쳐

 

 나의 나와도

 너의 너와도

 우리의 우리와 함께 하는 이 지구촌

 사랑으로 밭을  일구어

 평화로 고랑을 치는

 올해가 되게 하소서 .

 

 내 조그마한 가슴에도

 창조주의 뜻은 담겨

 날마다 용솟음치는 생명체의 정기

 고요히 비옵는

 왔다 가는 한 영혼의 흔적이

 곱게 담겨질

 투명한 한해가 되게 하소서

 

 아침 돋는 해와 같이

 점점 원만한 한낮의 태양같이

 붉게 타오르는 석양 노을 같이

 한 포기의 풀에서도 완성을 보듯

 한 생명체에서 우주의 질서를 깨닫듯

 당신의 장중에서 이탈치 말게 하소서

 

 

 

          

     <허무의 은유>

                                  

                                  정곡 이 양 우

 

 

 푸르른 세월의 꽃잎은 지고

 과거는 바람에 졌네.

 나는 어느 외딴 카페 앞 언덕

 무명작가의 석고상 모양

 차가이 돌 하나로 서러워라.

 

 세월은 시인의 가슴에서

 싸늘히 시들고

 허무의 날개를 저어가는

 어둠의 바다 끝으로

 저만치 슬픈 비익조는

 외쪽 날개를 느린 채로

 먼 허공을 휘젓고파 운다.

 

 한 방울의 눈물은 어디에서 솟는가.

 이리도 지우기 겨운 인생의 추억들이 

 삶이 꽃피우든 날들을 기억하는가.

 사랑이 짙어가던 시절도 기억하는가.

 모두 다 버려야 될 헛된 시간의

 유물들임을 아는가?

 

 오솔길을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에도 가슴이 저민다.

 삶에 엉킨 오해도

 한 잔 술로 벗어버리리.

 지난 날 저 갈림길을 스쳤던

 내 기억들도 지워버린다.

 

 잊힌다는 것이

 그토록 쓸쓸한 것임은 몰랐다.

 어느 몰락한 연인들의 창가엔

 낡은 풍경화가 찟긴 채로 걸려있다.

 짝이 다른 구두 한 켤레같이

 나의 생각은

 이 폐가의 현관 앞 부서진 악기에 머무른다.

 나는 가난한 악사가 되어

 한 줄 남은 그리움의 현을 튕기려

 버려진 악기의 반주를 시도한다.

 

 애처로운 눈동자의 연인아!

 한 자락 꿈은 파편처럼 흩어진다.

 사랑이란 것이 그렇더구나.

 식어지면 서글프지 않은 것들이 없을지라.

 식어지면 애처롭지 않은 것들이 없을지라.

 

 

 

    <허락받은 이 한 날>

 

                                           춘우 전덕기

 

 

 하나님이 허락하신 이 한 날의 삶을

 원형이정으로 아침 창을 열고

 진선미로 방을 장식하여

순백의 하늘 뜻 향내 피우게 하소서

 

 지정의 열정으로 가슴을 열고

 악수하며 박수의 만남이 되어

 현재의 의미를 만끽하는

 만물의 영장다운 삶이 되게 하소서

 

 주어진 바탕이 감격스러워

 의식하는 삶이 감격스러워

 소중한 생명이 감격스러워

 다시 오지 않는 이 한 날이 감격스러워

 

 가고 오는 것들의 영원성을

 영원한 씨앗으로 계승되는 보람을

 이 한 날에 새겨

 감사 찬미하게 하소서

 

 

 

 

   <석양 앞에서>

 

                               춘우 전 덕 기

 

 해 맑은 고운 빛이

 영혼의 거울 되어

 아득한 가락들을

 영롱하게 빚어낸다

 

 무수히 던졌던 언어들

 간절한 기원들이

 회상의 가장자리에서 타오른다

 

 콧날이 시큰하고

 눈시울 적시는

 그리움의 꿈들

 맹세하고 갈구했던 모든 것

 

 저 붉은 노을에 태우랴

 영혼속에 잠긴

 온갖 삶의 그림자들까지 

 저 정열의 노을에 태우랴

 

 

 

 

     <산사의 아침>

         -초로-

 

                                  춘우 전 덕 기

 

 황금빛 햇살이

 쏟아지는 정글

 우주 빛을 머금은

 물방울의 미동은

 숲 속의 다이아몬드

 대자연의 초롱한 눈망울 이어라

 

 홀연 거센 숨결 소리로도

 성령들의 관현악이 연주로도

 선녀들의 속삭이는 입술로도

 초로의 황홀 속에서

 산사의 아침은 열린다.

 

 전령사에 내리는 하늘의 계시일까

 님프들의 하강하는 모습일까

 무지개빛 날개 달아 날으는 구나

 아! 영경에 이르름이여

 

 

 

 

    <그대 누구와 있고 싶었던가?>

    -나는 이사람을 사랑하네-

 

                                           정곡 이양우

 

 그대 누구와 있고 싶었던가?

 나는 이 사람의 친구라네,

 아무도 없었던 외로움 곁에

 다가온 인연은

 위로의 술잔처럼

 내게 따스했던 사람.

 

 그대 누구와 있고 싶었던가?

 나는 이 사람의 소유라네.

 외딴 언덕에 외로운 집 한 채

 가난을 넉넉함으로

 위로 삼고저

 내게 찾아온 사람.

 

 그대 누구와 있고 싶었던가?

 나는 이 사람의 동반자라네.

 그 누구도 못 느낄 아픔 곁으로

 사랑의 이슬로 적셔준 눈물은

 어머니 다음으로

 내게 자비로운 사람.

 

 

 

 

     <새 벽>

 

                                 춘우 전 덕 기

 

 새벽은 신의 거동

 말씀이 밭이 되어

 고랑마다 벙그는 은총

 파도처럼 넘실대는 우주

 

 이 창창한 공 간에

 신의 밀어가

 깃발처럼 펄럭이네

 찬미찬양이 안개 같이 피어 올라

 화합하는 여명에

 엄숙한 말씀이 영그네

 

 이 새벽을 아는 이에게

 이 새벽을 찾는 이에게

 이 새벽을 사는 이에게

 말씀은 살아 움직이네

 

 

 

 

     <쓸쓸한 강>

 

                                      정곡 이 양 우

 

 어느 토우 같이 웃고 있는 마음

 내 그리움의 뼈는 균열을 앓고 있소.

 한적한 어느 모롱이 

 겸연쩍은 장승 하나

 비스듬 내려다보곤

 웃는 시공은

 편지로 날아든

 그 한 사무침의 여백같이

 애처롭기만 한데

 파란 하늘에

 이끼 낀 낙서의 구름

 얼룩진 내 연민의 정은

 아무도 없는 쉼터에

 홀로 앉아 있다.

 

 지향 없는 나는

 

 

 

 

     <유리성>

 

                       정곡 이 양 우

 

 내 마음을 녹여서

 그리움을 만들고

 

 그리움을 녹여서

 행복을 만들까.

 

 행복을 녹이면

 무엇이 될지?

 

 우주만큼 큰

 오색찬란한 사랑의 유리성

 

 금을 녹여 가락지를 만들 듯

 내 마음을 녹여

 

 별천지를 건설한다면

 나는 당신을 여왕으로 모실꺼야.

 

 날마다 거울을 보면서

 그렇게 다짐 했지.

 

 온 세상 사람들이 들여다 보곤

 구러워 할-

 

 

 

 

     <탈춤>

 

                                  춘우 전 덕 기

 

 네 쓴 탈이 무엇이든 간에

 속 타는 호흡이 거기에 있고

 내 품는 정감도 거기에 있구나

 

 모든 애환 탈에 숨기고

 표정만큼 애슨 표출 사연

 탈로 승화시키니

 

 느끼고 받는 고수된 우리

 슬프다 말하랴

 기쁘다고 말하랴

 저마다의 상념에 젖은

 탈춤의 해학 여기에 있음이니

 

 

 

 

     <촛 불>

 

                                       춘우 전 덕 기

 

 

 캄캄한 곳에서야 태양이 아니겠느냐

 다 타서

 다 바쳐서

 밝히는 밝음이니

 

 희생의 화신 되어

 너울너울 춤을 추며

 미소 짓는 그 맵시가

 애간장을 다 녹여 눈물짓는

 그 것 마저 방울방울

 태움의 기름으로 녹이니

 

 사랑하는 연인 아니겠느냐

 어버이 자식사랑 아니겠느냐

 목숨 바쳐 간 하는 충신 아니겠느냐

 태워서만이 제 구실 다하는 너, 너 

 

 

 

 

     <기러기의 사계>

 

                                     춘우 전 덕 기

 

 나 가진 것 날개뿐이라

 나 닿을 곳 하늘뿐이라

 창창한 그 곳

 날아도 날아도 끝이 없어라

 날개가 닳을 때까징니까

 하늘 끝 간데 까지이니까

 

 당신이 날개를 쉬게 할 때까지

 억겁을 날기만 한 멍에

 나 계승 하였으니

 

 내 아득한 태동 그 자란 뜻 몰라도

 에미따라 연단된 고도한 신앙

 커다란 날개 지워져

 

 나홀로

 지금

 창공에 떴습니다.

 

 

 

 

      <물이 되어>

 

                                       춘우 전덕기

 

 

 바위덩이 궁글 뜻 먹구름 밀린다

 휘몰아치는 비바람

 거목이 쓰러진다

 미친 여인이듯 세파의 진테미가 산발한

 그런 날, 그런 날에도

 

 요동하거나 항거하지 않았다

 왜냐고 묻지도 아낳았다

 가야만 하는, 겪어내야 하는 길인 줄만 알았다

 길은 멀고 멀었다

 

 물이 되리라

 굽이치며 흘러가는 물이 되리라

 여울지다 고요해지는 물이 되리라

 거슬리지 않으리라

 꽃잎은 그 물길을 타고

 삶의 길목 고루고루 피어나나니

 

 

 

 

     <수평선>

 

                                          정곡 이양우

 

 저기 가는 저 배는 어디로 가기에

 뉘엿뉘엿 저무는 녘 재촉해 가는지

 

 수평선 저 너머엔 어느 세상이기에

 해도 가고 달도 가고 황혼도 가는지

 

 수평선 저 너머엔 누가 살기에

 별 동 별도 달려가서 내려앉는지

 

 우리 누나 싣고 간 똑딱선 하나도

 먼 나라 다녀서 온다고 하더니

 

 갈매기만 꾸엑꾸엑 날아와서는

 돌섬에 모여 앉아 깃털을 고른다.

 

 청승맞은 뱃고동은 구슬피 오가고

 어둘 녘 등대불은 홀로 지샌다.

 

 

 

 

     <연가>

 

                                       정곡 이양우

 

 늦은 밤 객은 불침에 뒤척여도

 교교한 달빛은 님 오셔 반겼노라.

 밤이슬 헤치고 날아 든 호접인가

 구름재 오뇌의 길 초롱꽃이 반긴다.

 

 무량겁 감춰 둔

 한 방울 빛이려면

 천번을 스치고 한번을 머물지라도

 오로지 꿈은 아니고

 필연의 흔적이면 좋겠소.

 

 

 

 

  <이 세상 사람들이여>

 

                                             춘우 전덕기

 

 

 마음은 애 한사코 자라기만 한답니까

 더 크고 더 넘치는 것이 없는

 아쉬움으로만 맞는

 후회로만 맺는

 고무풍선 같은

 외기러기 같은 마음

 

 마음은 왜 한사코 흘러만 간답니까

 닿으면 가고

 채워지는가 하면 벌써

 껑충 뛰어가 있는

 심술 사나운 사람같이

 금방 해낭락하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지푸등등

 진눈개비라도 내릴 날씨

 

 이 세상 사람들이여

 이세상 마음들이여

 마음은 메아리로 사는 것

 푸른 창공에서만 살도록

 맑고 청순한

 고운 소리 띄워 띄워

 이 세상 사람들이여

 

 

 

 

     나의 삶속에는

 

                                          춘우 전덕기

 

 나의 삶속에는

 보이지 않는 궁극적 목표가 산다

 나의 열심하는 현존은

 그 길을 향한 과정일 뿐

 도달할 수 있는 길은 더욱 아니다

 과정을 사는 것은 나지만

 나만으로는 못 가는 길

 

 애벌레에서 모듬한 삶을

 둥지 틀다보니

 삶의 과정은 이미 그 길

 어느 새 나만의 고치가 되었는데

 새로운 날개 짓은 어데로 향하는지?

 

 아! 모르는 길!

 그 길의 환희가

 꿈되고 소망되고 언어되어

 생명으로 이어 살아가는 길

 

 

 

 

     <생각이 있는 창 >

 

                                      춘우 전덕기

 

 바람이 일더이다

 생각하라, 생각하라

 정녕 주그리라

 일어나 창을 열라

 새 바람이 일도록

 

 마구 가는 저들에게

 지게석이 여기라고

 창을 열고 보게 하라

 생각하게 하라

 안가 밖, 문과 길을

 창을 열고 보게 하라

 

 저들이 넘어지면

 저들이 아프면

 저들이 슬프면

 저들이 괴로우면

 우리 모두 절망인데

 

 저들을 마구가지 않게

 저 쓰러져 가는 젊음을

 소멸되어 가는 관계성과 윤리를

 죽음의 사자들의 광란에서

 소용돌이치는 약의 굴에서

 빠져나가도록

 창을 열러주라 열어주라 하더이다

 

 우리 모두 마음의 창을 열어

 은혜의 창을 열어

 소망의 창을 열어

 생가하라 생각하라

 내일이 있는 창을 열며

 

 

 

 

     <고 독>

 

                                    춘우 전덕기

 

 군중 속에서도

 화려한 식탁 앞에서도

 찬사와 박수 속에서도

 헛개비 된 채

 되뇌이며 가는 길

 

 하늘과 땅 사이

 무수한 시간들 속에 머물렀던

 뇌에 새겨진 흔적들마저

 홀로 새김질하며

 되뇌이며 가는 길

 

 이승과 저승길을 좁힐 수 없듯

 오가는 길 없는

 가는 길만 있는 그 곳

 모두는 각각인 채

 결국은 무관한 것들이지만

 홀로 되뇌이며 새김질하며 가는 길

 

 

 

 

     <경 작>

   - 삶(15)-

 

                                         춘우 전덕기

 

 인생은 오직 경작이었다네

 시작도 과정도

 남은 도 한 시간도

 오직 경작하는 삶이어야 하리

 

 그렇지 않고는 무엇이라고

 뚜렷하게 들고 나설 수 없는

 세상엔 허다한 것들과 이유가 있지

 그것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부단한 경작의 수고가 있어야 하리

 

 졸지도 말게

 눈을 항상 크게 뜨게

 귀는 막는 것이 좋으나

 나를 지탱시켜온 생명의 소리만은 들어야 하네

 

 가슴은 모든 것을 받아서

 다시 하늘로 퍼 올리세

 푸른 창공은

 그것들을 위해서 있지

 

 땅과 인생과

 푸른 창공...

 아!

 얼마나 경작하기 좋은 조건들인가

 

 

 

     <소낙비 오는날(1)>

 

                                           춘우 전덕기

 

 주룩주룩

 시원스런 저 소리

 다 씻기는 구나

 

 대기의 오염

 초목 위에 먼지

 개천가의 오물들이 다 씻기는구나

 

 소낙비야

 소낙비야

 시원스런 소낙비야

 

 작달비야

 작달비야

 더러운  찌꺼기 모두모두

 작달을 내거라

 

 마음속에 낀 것이

 마음속에 맺힌 것이

 애간장 타올린 연기가

 구름되어

 하늘문을 열었는가

 

 이 땅 위에 괴성의 불꽃들

 "말세지 말세지" 탄식소리

 통애하는 가슴가슴 퉁기는 불을

 저 하나에 도취되어

 패이 돌 듯 돌아가는

 광란의 불을 지금 끄고 있는가

 

 왜곡한 말이 더 빠르고

 양심이 외면당하는

 환가에서 취중에서 사는

 비정상이 흥미지는

 혼미한 자들의 머리 위에

 내려치는가

 소낙비야 작달비야

 

 

 

 

     <말씀의 바다>

 

                                               춘우 전덕기

 

 새벽 마다

 작은 둥지의 창을 열면

 온통 당신의 눈망울들

 초롱초롱 밀려와

 나도 한 마리 잉어되어

 깊숙이 더 깊숙이 헤엄을 친다

 

 구겨진 마음까지 펴듯

 예쁘게 예쁘게 헤엄을 친다

 손을 올리고 발을 내리고

 쭉~쭉~ 온몸을 펴서

 더는 웅크려지지 않는 헤엄을 친다

 

 짓눌린 가슴을 펴고

 슬픔의 주름살을 펴고

 오물을 씻어내듯

 삶의 흔적을을 씻는 헤엄을 친다

 

 짓눌린 가슴을 펴고

 슬픔의 주름살을 펴고

 오물을 씻어내듯

 삶의 흔적을을 씻는 헤엄을 친다

 

 올가미에서 벗어나듯

 세상의 관계들을

 톡톡 다 털어내고

 독수리 하늘에 치솟듯

 소망찬 몸짓으로  헤엄을 친다

 

 

 

 

      <눈물 항아리>

         -삶(20)-

 

                                         춘우 전덕기

 

 고여 넘치지도 않으면서

 가슴 밑바닥에 자리한

 눈물 항아리

 에미란 대칭

 

 늠름한 모습에서도

 곧잘 고이다가

 세상을 터득한 듯한

 매끄러운 말솜시에서도

 서러워지다가

 

 앞서다고 뒤서가도

 가까워도 멀어도

 가슴 밑자리엔

 다하지 못한 아쉬움 많아

 서원하며 매달리는

 기도 항아리

 

 모진 것 정이라

 샅샅이 씻어 내다가

 어느새 새롭게 자리한 정

 끝내 곁에 있을

 은혜 항아리

 

 

 

 

     <불귀한>

 

                                         정곡 이양우

 

 신선으로 가셨기에

 산새소리 구슬프고

 툭툭 털고 가셨기에

 겨울 안개 춤을 추고

 몸 버려 가셨기에

 이산저산 메아리고

 잎 떨궈 가셨기에

 숲길이 휑하니라.

 

 어이고

 어희고

 우리 어머니  구름

 웃저고리 너울너울

 산천 가신 지 얼마요.

 미련내 건너서

 이웃마실 가신 줄 알았더니

 저기저기 산등성 위에

 반쪽 달 되어

 안 오시네. 

 

 

 

 

     <나목과 인공위성>

 

                                           정곡 이양우

 

 가지마다 맺혔던

 내 마음을

 저 먼 인공위성에

 매달아 두고파

 

 알알이 영글었던

 내 그리움을

 저 먼 인공위성에

 매달아 두고파

 

 그러면 그러면

 꽃피고 새 우는 날

 내 마음은 그대에게로

 주파수를 타고 갈  테지

 

 

 

 

     <벗어놓고 간 신발>

 

                                              정곡 이양우

 

 아무도 없는 오솔길

 신발은 무엇을 꿈꾸는지

 씨앗을 품은 책갈피처럼

 나란히 놓여있다.

 

 인류는

 이 땅을 딛고 걸어가며

 길에 비친 나를 만나며

 나를 남겨 놓고자 걷는다.

 

 인류가 처음 걸어 온 길에서부터

 인류가 다시 돌아 온 길에 이르기까지 

 직립보행으로 걸어서 남겨 둔 이야기들

 그중에서 도시로 걸어 나온 신발들은

 사죄와 우호를 다스리고 걸어 왔다.

 탁발을 하고

 수행을 하고

 도보로 걸어왔다.

 함께 걷고

 따로 걷고

 수없이 걸어도다가

 걸어간 발자국을 남겨놓고

 비록력을 향해 맨발로 지나갔다.

 

 

 

 

     <바 다>

 

                                   춘 우 전덕기

 

 바다여! 바다여!

 쏜살같이 밀려오는 파도여!

 아득히 밀려오는 바다의 숨결이여

 날개치며 날아드는 새여!

 가슴치며 우짓는 사연들을 품어 내는가

 

 억만년 흘러도 다하지 못한 인생숙원들

 철석철석 구슬피 우짖는 사연들일랑

 망망한 수평선 저 먼 곳에 띄우라 하네

 저 갈매기 등에 실어 보내라 하네

 저 파도에 태워 지워 버리라 하네

 

 다시 그리움으로

 푸른 물 위에

 푸른파도와 더불어

 저 창창한 수평선에

 푸른 꿈 일렁이게

 바다여 가슴 툭 틔우는 바다여!!

 

 

 

 

     <초록엽서>

 

                                           정곡 이양우

 

 벌써 오셨답니까.

 기다림이 짙은 동구밖에

 앙상한 손끝으로 눈꼽을 떼려던

 계절의 촉촉한 새.

 철길 맞은 켠 집 지나는 기적소리

 그 정든 간이역두 초록빛 등성이로

 

 냇갈 개오지 끝자락 잡고

 펄럭이는 봄날 팔짱도 여미고

 순 자란 참 두릅 향내음

 앳띤 봄날에

 

 언덕 바지 연지 찍은 꽃 환타지

 산색 번지는 꿈물살에

 지웠던 이름들 되살아나는

 앳띤 봄날이 다가왔답니까.

 

 

 

 

      <기안직전>(2)

 

                                          정곡 이양우

 

 ~정관~

 

 걸레는

 깨끗함을 위해

 존재하고

 

 더러움은

 사랑스런 찌꺼기에서

 우러난 것이라.

 

 마음에는

 오물도 씻을 수 있는

 용서가 있다.

 

 죄 없는 사람아

 죄 있는 사람을

 구태여 꾸짖지는 말라

 

 그대 입 안에도

 썩는 치석이

 그득하니

 그 입으로 무슨 말을

 내 뱉으랴!

 

 연꽃수렁을 바라보라

 거기에 나는 나비나 벌을

 모르느냐!

 

 용서는 오물 가차 이에서

 자비를 잉태하나니라.

 

 

 

 

     <애로>

 

                                           정곡 이양우

 

 삶이 허전 할 땐 들 꽃 같은 시인이 되고파라.

 우울한 날의 꽃잎아, 실바람도 성가시겠지,

 이럴 때는 한 시인도 세상이 싫어진다.

 길 위에서 표정 환한 꽃잎과 만나고 싶다.

 공중에 나는 새와 꽃에 나는 나비와

 꿀을 물어오는 착한 일벌들과

 마음을 같이 하며 소순도순 살고 싶다.

 

 이럴 때는 작은 연민조차 싫어지는구나.

 세상은 아름다운 연인 같지만

 사람은 추한 괴물 같아라.

 쓸쓸한 마음을 달래보마,

 가슴을 허공에 대고 홀연히

 무로 가는 영행열차를 타고 싶다.

 

 천상엔 회항하는 궤도가 있을지

 생명과 영혼을 실어 나르는

 순항 열차는 있는가.

 먼 별이 지상의 호수를 향해 깜박이누나.

 저 별은 낙원의 별.

 거기 작은 안식처가 있겠지,

 세상엔 거짓이 너무 많다.

 거짓없는 선한 세상을 가 보고 싶다.

 

 살면서 실패했던 것들도

 한 묶음 시로 쓰고 싶다.

 부를 축적하고 싶었던 야심도 교정 받아야 하리라.

 티글 같은 명예욕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아, 초로 같은 잇몸에 호한이 드는구ㅏ,

 탁한 세상의 허물을 벗겨내라는 가 보다.

 사뭇 오감이 근지럽고나

 

 세상이 잠들 때 고요한 창 밖을 보라

 눈물까지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지 않는가

 저 하늘이 준 조롱박 같은 샘물, 슬픔과 기쁨의 표현들

 그 세계에 내 인생의 달 빛 족박을 띄운다.

 허튼 인생에 이 번뇌의 샘물을 마시게하고 싶다

 

 

 

 

 

      <모정>

 

                                    춘우 전덕기

 

 절기를 기다리듯

 네 믿음 조금식 깨달음이 있을까

 오매불망 간구하였으니

 이제는 익은 음식이듯

 맛을 보고 싶구나

 

그리 아니 된다면

 황량한 들판 맨발로 뛰며

 흐느낌의 감내가

 산마루 구름 한 점 되랴

 

 아들딸들아 내 분신이거늘

 숱한 사연 쟁여 온 가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이 강줄기를

 네 신령한 눈으로 헤라릴 때까지

 소망이 소명으로 남을 때까지 

 

 

 

 

 

     <매미>

 

                                                   정곡 이양우

 

 억만겁 그리워해도

 대답은 하나

 마음마음

 

 하늘은 별이 총총

 지상은 풀꽃만발

 풀숲에

 베짱이가

 밤늦도록 바다를 치누나.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 길이냐

 도로여 지하로 갇히는 마당이냐

 10년 공부 나무아미타불

 마음마음

                    

 

        

 

                          동원병원이사장 시비제막식에 (동원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