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쓰기의 포인트>
강석호
<현대문학>으로 수필 등단. <월간문학>
신인상 평론부분 당선.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회장 역임,
한국수필문학가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역임.
월간<수필문학>편집인 겸 대표.
수필집 <이 후회의 계절에><새벽을 적시는 내 가슴은>
<평촌일기><은행나무와의 사연><세월이 흐르는 소리><흔들리는 나뭇잎>.
평론집<한국수필문학의 새로운 방향><새로운 수필문학 창작기법><수필쓰기의 포인트>.
수필작법 책을 이미 여러 권 낸 바 있는 작가는 이 책에서 간단하고도 분명하게 수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수필의 기원에서부터 수필의 종류, 주제의 설정, 소재의 선정, 제목 붙이기, 수사법에 이르기까지 19강으로 나누어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또한 각 장마다 참고문을 붙여 이해를 도왔다. 지면 관계상 짧게 정리해 보았다.
수필의 기원을 생활과 가장 밀접해 있기 때문에 다른 어느 장르보다 먼저 발생하였다고 주장한다. 수필의 명칭이 사용된 시기는 동양의 경우, 12세기 중국 남송 때 홍매(洪邁)에 의해 처음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몽테뉴와 베이컨에 의해 에세이라는 장르가 시작되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수필이란 단일명칭으로 정착되기는 1929년 중앙일보에 실린 이은상의 <지음론(知音論)>으로부터로 보고 있다. 이후부터 산문류는 거의 수필이란 이름으로 게재되었다.
수필은 인생의 잡사를 기록하는 부질없는 유희도 아니고 규칙적이고 질서 있는 사색의 편력도 아니다. 불규칙하고 숙고하지 않은 작품이라도 인생을 통찰하고 달관하며 서정의 감미로움을 되 뇌이기도 하고 지성의 섬광이 번뜩이는 문학이다. 더 나아가 소설의 산문성을 침식하고 시의 서정성과 평론의 논리성을 차용한다하더라도 그것을 무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양자를 아우르는 중간적 간색(間色)의 문학으로 무한한 제재를 자유롭게 표현하며 인생의 향기를 더하고 성찰의 격을 높이는 고품위의 문학이다. 간색은 원색보다 세련되고 차원 높은 아름다움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종합하여 수필의 본질은 형식의 자유, 체험적 자기 고백, 유머와 위트, 비평의식, 문체의 품위, 작은 정감의 위력으로 특징을 요약할 수 있다.
자기 고백의 문학이지만 자랑스러운 것, 대단한 것을 고백하여 자기현시가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자기의 부족, 실수가 더 흥미롭게 읽히므로 수필을 실수의 미학, 부족의 미학이라고 한다.
수필의 종류는 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다. 김동리는 그의 <문학개론(文學槪論)>
(1952)에서 미셀러니와 에세이로 분류했다. 미셀러니는 잡다한 신변잡기, 각종의 감상, 잡문 등을 의미하며 에세이는 소논문 등으로 통용된다. 요즘 수필전문가들은 에세이보다 미셀러니를 많이 쓰고 있다. 또한 수필을 문학인들이 쓰는 문학수필과 비문학인이 쓰는 생활수필로 분류할 수 있는데, 문학수필에 한해서는 그 창작성을 인정해야 한다.
수필의 시작인 발상은 경이와 충격에서 얻어진다. 그것은 순간적 포착이다. 남들은 하찮게 보고 지나치는 것이지만 작가는 거기서 인생을 발견한다. 충격과 경이를 얻기 위해서는 지혜로운 눈이 필요하다.
주제는 문장이나 작품의 등뼈가 되는 중심사상으로 수필이 무형식의 글이라 해도 일관된 주제가 있어야 한다. 주제를 설정할 때, 투명한 주제, 참신하고 독창적인 주제, 자기 능력에 맞는 주제, 인생에 보탬이 되는 주제, 자기 주변이나 자기 체험에서 얻는 주제, 구체적인 주제를 들어야 한다.
소재는 글의 성패를 좌우한다. 소재가 좋으면 그 구성이나 표현이 약간 서툴러도 주제는 살아난다. 시나 소설은 상상과 허구가 통하지만 수필은 사실적 체험이 그 소재이기에 오히려 다른 장르보다 그 소재의 선택이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서두는 “새색시가 선을 볼 때 첫인상과 같이 중요하고 빚을 탕감 받으러 간 사람이 채권자에게 드리는 첫마디와 같다.” 사실 서두만 잘 잡으면 그 이후는 같은 분위기에 휩쓸려 가고 게다가 결말이 좋으면 성공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제를 제대로 나타내기 위한 소재의 배열과 결합의 청사진인 구성을 잘 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주어야 하며, 일정한 진전과 생략, 절정이 있어야 하며 초점이 통일되어야 하며, 삽화가 잘 활용되어야 한다.
요즘 우리 수필은 서술만 많고 묘사가 없다. 부사와 형용사가 풍부한 우리말의 특성을 살려 묘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묘사문은 그 자체로서 의미보다는 전체와의 관련에서 역할이 결정되어야 한다. 지나치게 묘사에 재미를 느낀 나머지 여기에 치중하게 되면 글쓰기나 읽기의 속도를 조절할 수 없게 되고 글의 중심에서 벗어나기 쉽다. 해학이나 유머는 수필에 필요한 요소인데 인생을 비춰보는 여유의 눈을 가지고 있어야 관조할 수 있다.
수필은 진솔한 자기 고백이 근본이므로 상상이 용납될 수 없다는 견해를 가질 수 있으나 과거의 경험과 현실을 이어주는 가교적 역할로서는 꼭 필요하다.
수필의 마무리는 그 문장을 통괄하며 요약, 결론을 제시하는 작업으로 종합하고 요약할 것, 서두의 충격과 경이를 상기시킬 것, 여운을 두는 마무리, 희망, 반성의 마무리, 긴장과 궁금증을 고조시키는 마무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수필쓰기의 포인트> 강석호 저, 교음사
정리 임차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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