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를 2009. 1. 23. 13:39

생명의전화 5주년기록사        

   나 작은 도구되어                        

 고통을 느낀다는 것은 결국 삶이 있음이며 존재해 있다는 실증인거다.

  숨막히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던 마음 때문에 이미 소멸되 버렸을 육신에의 존재,

세월에 묻혀 지는 현실은 연장된 삶을 주었고 이곳 필요로 하는 곳에

 부끄러움을 무릎 쓰고 서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

     하늘에 속한자의 형상을 입고 영원한 나라가 있음을...........

     하느님 사랑 안에는 무한한 가치와 또 그 가치 속에는 목적과 주어진 삶이 있음으로.

 이상에의 실현이 망가진 곳에서도 그 실현을 위한 생이 있고 내 발자국은 그곳 목적에의 길을 가는 거다.

 유한성에서 오는 생의 순간순간이 곧 신이 주신 축복인 것을 잔디에 묻힌 육신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영혼 가진 육신이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강한 의지에의 모습 또한 귀중함과 그런 생으로부터 오는 희열은 대단한 삶의 의욕을 주는 것도 알았다. 

 괴로움의 집합소 같다. 

 피가 역류하는 분노가, 올올이 가슴에 맺힌 그리움이, 가슴 오려내는 아픔이, 소외감으로 마음 줄 곳 없어 방황하는 외로움이, 허공을 치는 후회의 음성이, 지구가 두 동강이 나야 살 것 같다는 매몰찬 호소가.

 어쩌면 신의 축복을 외면하려던 행위가 생명의전화대 앞에 500여 시간을 지키게 하였는지도 모르겠다. 500여 시간의 수치는 보다 향상된 더 좋은 상담을 못한데 얼굴 붉어지는 부끄러움을 안겨 주었고 포용력 지닌 도구로 사용되긴 역부족임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확실한건 고통도 신의 축복일 수 있고 가치 있는 삶에의 길도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한다는 확신을 갖기도 하였다.

 필연의 관계가 되어버린 생명의전화에 역부족한 작은 도구로 나마 사용되어 신의 뜻과 은총이 무엇인지 한 발 더 들여 놓고 구름 속에 가려진 태양의 따스함을, 밝음을 기다리며 먼 길을 걸어간다.

 그리고 멀리 가는 나를 바라보며 여유 있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잠시 멈춰 하늘을 쳐다본다.

                   

                                          1981년. 1.생명의전화 5주년 기록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