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김수환추기경연구소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기조강연

아우를 2012. 9. 28. 21:20

“지금의 교회 방향은 그리스도의 정신과 일치하는가?”
-김형석 교수, 김 추기경연구소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기조강연
2010년 11월 15일 (월) 10:20:11 고동주 기자

지난 11월 9일(화) 오후 1시 30분 서울성모병원 지하 1층 대강당 가톨릭대학교 김수환추기경연구소의 창립 기념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철학자)는 김수환 추기경이 열린 교회를 위해 노력했는데 지금의 교회가 그 방향을 이어가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 사회와 교회에 미친 김수환 추기경의 역할을 돌아보는 자리인 이날 심포지엄에는 100여명이 참가해 열띤 기조강연과 토론을 경청했다. (사진/ 고동주 기자)

 

김 교수는 가톨릭 교회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일을 김 추기경이 가장 긴요한 과제 중의 하나로 원했던 것이라며 강연을 시작했다. 중세기의 오랜 세월 가톨릭은 교회를 위한 사회, 세상에 군림하는 교회의 위신을 지켜왔으나 세계 역사는 변했고, 교회가 사회적 지도력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고자 가톨릭은 2차 바티칸 공의회를 거치면서 시대적 사명을 새로이 정립하는 과업을 추진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사회가 교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는 사회 속에 머물며 사회를 위해 존립한다는 방향의 전환을 가져오게 됐다.

김 교수는 “김 추기경이 닫혀 있던 교회를 열린 교회로 탈바꿈시켰으며 사제를 섬기는 신도이기보다는 사회에 봉사하는 평신도가 바람직스럽다는 영적으로 평등한 사명을 강조했다”며 공의회의 뜻을 살리는 모범을 김 추기경이 보였다고 평했다.

그러한 변화의 하나로 등장한 것이 다른 종교와의 대화와 공존의 길을 여는 일이었다. 추기경의 이러한 움직임에 처음부터 많은 종교지도자가 동조한 것은 아니나 김 교수는 온 인류가 추구하는 사회 공동선을 위한 노력과 협조를 거부하는 신앙이라면 종교의 가치는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정한다며 “천주교를 대표하는 추기경의 입장은 극히 상식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추기경의 사회참여 중 가장 영향력이 컸던 것은 정치적 관심과 민주화 투쟁의 중책을 감당한 것이다. 그러나 정치참여 그 자체가 추기경의 목표는 아니었다. 김 교수는 “추기경의 정치참여 목표는 진보나 보수의 차원을 넘어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열린 사회 건설에 있었다”고 보았다.

▲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사진/ 고동주 기자)
열린 교회를 위해 노력해온 김 추기경의 노력을 지금의 교회는 이어가고 있는가? 김 교수는 세상 사람의 ‘이성과 진리’와 교회의 교리가 어긋나서는 안 된다며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고 예수는 확언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일본에서 대표적 그리스도인으로 추앙받는 ‘우찌무라 칸조(內村)’와 ‘야나이하라다다오(矢內原)’를 예로 들며 이들의 탈교회주의가 주목받는 이유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교회가 세상을 향한 열린 사랑을 보여줌으로써 세상의 ‘이성’과 교회의 ‘교리’ 사이에서 구원의 메시지인 복음을 끌어낼 수 있다고 제시한다. 교권과 인권을 예로 들 때 한때는 교권이 인권보다 우위를 차지해, 교회를 배반하는 사람에게 파문의 형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기독교가 행하는 권위의 원천을 다시 묻는다. 그것은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이다. 따라서 김 교수는 “교회가 사회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시킬 수 있을 때 그 권위로움이 선한 인간질서를 높여주며 구원의 길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라며 김 추기경의 뜻을 이어받아 실천함으로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는 먼 과정을 출발하자고 기조 강연을 마쳤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가톨릭대학교 김수환추기경연구소 소장 박영식 총장 신부가 환영사를 통해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처럼 이슈화되고 있는 것은 아마 공정한 사회 문제인 듯하다”며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에 우리 사회에 깊이 스며 있는 공정성 부재의 현실을 직시하시고 정직과 준법정신과 윤리의식을 회복하여 공정한 선진 문화 사회로 나가기 위해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아울러 심포지엄을 통해서 김수환 추기경의 유지를 이어 성숙하고 정직한 민주 시민 사회 건설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원했다.

염수정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는 “오늘 심포지엄이 김수환 추기경께서 항상 당신의 사목 목표로 말씀하셨던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란 지향대로 모든 사람을 깊은 존중과 사랑의 마음으로 대하시고, 또 그렇게 사셨던 김 추기경님의 소중한 정신을 우리 사회에 널리 전파하고, 또 모두의 가슴에 깊이 새기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며 축사를 했다.

80년대 초부터 김 추기경과 함께 사회의 여러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활동했던 송월주 대한 불교 조계종 전 총무원장 스님은 축사를 통해 “가톨릭의 고위 성직자인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가톨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머물러 계신 것이 아니라 종교를 초월하여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이 대립과 반목으로 점철되기보다는 대화와 타협의 자세로 상생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애쓰셨다”며 연구소가 김 추기경이 못다 이룬 통합의 완성과 자비와 사랑의 완성을 위해 힘써줄 것을 주문했다.

기조강연 후에는 서강대 교수인 김우선 신부(예수회)의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 김수환 추기경과 교회, 그리고 시민사회’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존경하는 역사의  스승

우리의 멘토

김수환 추기경님